과거 나는 어떤 식물이던 한 달을 못 넘기고 하늘나라로 보내는 식물 킬러였다. 그런 내가 모성애 덕분인지 9세, 6세 두 아이를 키우는 지금 10종류 이상의 식물을 키우고 있고 그중 4종류가 공기정화식물이다.
이 아이들은 물과 적당한 햇빛만 있으면 별다른 관리 없이도 실내에서 잘 자라 운 좋게 살아남았다. 첫째가 네 살 때쯤 이사한 집에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가야 해서 급하게 구입한 게 아레카 야자였다. 지금은 잠시 친정에 맡겨 키우고 있는데 보고만 있어도 뿌듯한 자식 같은 식물이다.
첫째가 여섯 살쯤 되었을 때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 했는데 첫째의 알레르기 체질과 둘째의 폐렴 경력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혹시 동물 털 알레르기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맘에 아이에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포기시켜야 했다. 실망한 딸아이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안 좋았다.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내다 작년 시댁 방문차 서울에 올라간 김에 아이들과 서울 식물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옥수수, 나팔꽃 씨앗을 사 와서 화분에 심었다.
두 식물이 생각보다 잘 자랐고 옥수수는 열매까지 맺어서 정말 신기했다. 화분에 아이들 이름을 붙이고 식물에 애칭도 지어주니 아이들도 제법 애정을 가지고 물 주기에 적극적이었다. 나 또한 매일 쑥쑥 자라 어느새 어른 키만큼 큰 옥수숫대를 보고 있으면 자식처럼 예뻤다. 비록 우리 개구쟁이 막내의 장난에 한순간 뚝 부러져버려 생을 마감해야 했지만... (막내는 거의 통곡 수준으로 눈물을 쏟았다)
식물을 키우는 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 못지않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식물과 감정적 교류가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해봤다. 옥수수가 허망하게 가버린 뒤,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화훼 단지에서 그린 콩고와 올리브를 입양해 왔다. 이번엔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우리 곁에 오랫동안 함께해 주었으면 한다.
나처럼 알레르기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집이라면 반 려식 물을 키우길 적극 추천한다. 알레르기를 완화해 주고 아이들과 함께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 공기 정화에 탁월한 기능이 있는 6가지 식물에 대해 소개해 본다. 공기 정화 기능이 높으려면 잎의 면적이 넓거나 잎의 개수가 풍성한 식물이 도움이 되고 가급적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식물이 좋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
© brookelark, 출처 Unsplash
✅ 1. 아레카 야자
NASA에서 선정한 공기정화식물 1위로 미세 먼지 제거와 실내 습도 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직사광선을 쬐면 잎이 누렇게 변하니 필터링 된 햇빛이 충분한 반 양지에서 키우는 게 좋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뿌리까지 젖도록 물을 흠뻑 주면 된다.
✅ 2. 스투키
실내 화학물질을 제거해 주고 낮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밤에는 산소와 음이온을 배출한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별다른 관리 없이 물 조절만 잘하면 초보 시집 사도 쉽게 키울 수 있다. 스투키는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다육식물이라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썩을 수 있으니 여름엔 2주에 한번, 겨울철엔 한 달에 1번 정도만 종이컵 하나 정도 물을 주면 된다.
✅ 3. 스파티필름
공기정화식물 중에서 꽃이 달리는 몇 안 되는 식물이며 하얀 백합과 닮은 꽃이 관상용으로도 아름답다. 음이온 발생량이 풍부해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우리 집에선 수경재배로 키우고 있는데 잎모양도 우아하다.
✅ 4. 스킨답서스
라돈,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실내 유해가스 제거 능력이 탁월하며 음지에서도 잘 자라고 번식이 잘 되는 식물이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므로 주방 근처에 놔두고 키우면 좋다. 잎에 독성이 있으니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손에 잘 닿지 않는 곳에 올려두고 키워야 한다.
✅ 5. 테이블 야자
아레카 야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작은 종의 야자나무로 공기 중에 수분을 방출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실내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하는데 좋다. 각종 냄새와 암모니아 가스를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 집에 두고 기르기 좋은 식물이다.
✅ 6. 뱅갈 고무나무
인도에서 장수와 풍요의 상징으로 신성시하는 식물로서 새집증후군의 원인인 휘발성 유해가스 제거에 탁월하며 미세먼지 흡수, 냄새 제거 능력이 우수하다.
화분을 키우기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번 산림욕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식물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피톤치드'라는 휘발성 물질을 내뿜는데 피톤치드는 강력한 살균력이 있어 각종 염증 질환과 특히 아토피 피부염 개선에 도움을 준다. 활엽수보단 침엽수에서 많은 양의 피톤치드가 발생하고 그중 편백나무가 가장 피톤치드 발생량이 높다. 피톤치드 발생량은 기온이 상승하는 봄부터 점점 올라가 한여름에 정점을 찍는데 3-4월부터가 본격적으로 산림욕을 즐길 때다.
식물은 언제나 아낌없이 베풀고 세상을 이롭게 한다. 그래서인지 식물을 가까이할수록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들고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내 아이들도 맑은 기운을 내뿜으며 주변을 이롭게 하는 존재로 자라길 소망한다. 오늘도 우리 가족과 반려 식물의 건강한 동거는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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