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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맛집,요리

할머니 손맛 그리울 땐, 하동 화개장터 '옛날팥죽', 뜨끈한 새알 팥칼국수 한 그릇에 웃음 나누나.

by itopy 2024.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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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한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남쪽과 서쪽으로 섬진강을 끼고,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에 자리잡은 하동은 양 쪽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교류하는 곳이며 '화개장터'는 영호남 화합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전라도 곡성이 고향인 아빠는 고향에 갈 때나 드라이브 할 때 구례로 넘어가면서 이 곳을 꼭 거쳐가신다고 한다.

 

5년 만에 방문한 화개장터는 예전보다 더 깔끔하게 정비된 모습이었다. 예전 이 곳에서 먹었던 새알 팥칼국수가 기억에 남았던 모양인지 여행지로 하동을 선택하자마다 엄마와 나는 이 곳 팥죽을 떠올렸다.

 

'옛날팥죽'은 예전엔 장터 안에 있던 작은 팥죽집이지만 지금은 화개 면사무소 뒷편으로 이전했다.

 

여행 출발 당일 아침은 남부 지역 모두 호우주의보가 내린 상황이라 하늘에 구멍이 난 것마냥 비가 왔지만 맛있는 팥죽을 먹는단 생각에 설렘을 안고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뚫고 화개장터에 도착했다.

 

화개 면사무소 뒤편 오르막을 올라가면 '옛날팥죽' 집을 만날 수 있다.
가게 쪽에서 바라본 풍경
소박하고 아담한 입구 따라 걸어올라가니 벌써부터 팥죽 생각에 웃음이 났다. 머리 속에선 벌써 구수한 팥죽 한사발 들이키고 있다.
대구에서 먼저 도착한 가족들이 팥죽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따뜻한 팥죽도 반갑지만 더 반가운 건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정 식구들이다.
가게 안 창문에서 바라본 풍경이 더 예쁘게 보이는 건 왜일까. 같은 풍경이라도 창문을 통해 보면 특별해 보인다.
새알팥죽(2인 이상) 9,000원
팥칼국수 9,000원
호박죽(10~6월) 계절메뉴
검정콩국수(6~8월) 9,000원
팥빙수(4~10월) 8,000원
시락국밥 (10~6월) 계절메뉴
식혜 3,000원
오미자 5,000원
매실차 재료소진

 

인원 수에 맞춰 시킨 팥죽이 작은 대야만한 그릇 2개에 가득 담겨나왔다. 5년 전에 먹었던 팥죽보다 덜 걸쭉하지만 담백하고 구수한 맛은 그대로다.

 

팥죽 끓여본 사람은 알겠지만 팥죽이 은근이 손 많이 가고 까다로운 음식이다. 바닥에 눋지 않게 계속 저어줘야 해서 노동량이 만만치 않은데 외할머니는 동지 때마다 잊지않고 팥죽을 한 솥 끓여서 엄마와 내게 나눠주시곤 하셨다. 외할머니 팥죽엔 새알과 밥알이 들어가는데 이거 한 그릇 먹으면 세상 든든할 수가 없다. 내게 있어서 식혜와 팥죽은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 중 하나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팥죽 안에 가득한 새알과 칼국수가 가득하다. 구수한 팥 냄새가 콧 속을 파고든다.
새알은 쫀득하고 칼국수는 부드럽다.
직접 담근 열무김치와 고추지, 제법 맵싹하다. 찰밥과 동치미도 나오는데 팥죽먹다 입안이 좀 텁텁하다 싶을 때 동치미 국물 마셔주면 개운하다.
아이들이 귀엽다고 주신 강정, 꽤 많이 주셔서 어른들도 한개씩 나눠먹었다. 아주머니 인심이 후하다.

 

아이들이 먹고싶어 시킨 팥빙수, 통팥과 아몬드 슬라이스, 모찌떡이 올라간 옛날 팥빙수다. 비밀이 하나 숨어있는데 팥빙수를 끝까지 먹어들어가다보면 유자청 알갱이가 씹힌다. 팥과 유자의 만남은 꽤 생소하다.

 

팥죽을 가득히 뱃속에 넣고 나니 비 때문에 녹진해졌던 몸에서 힘이 났다. 보고싶었던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팥죽을 먹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여행 첫 끼를 팥죽으로 선택한 건 참 잘한 일이었다.

 

 

 

 

옛날팥죽

 

✅운영시간/오전 10시 ~ 오후 7시까지

✅매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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